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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추억


고향 남원에서는 과자를 '깨잘' 이라고 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의 설은 설 보름 전부터 어머니께서 갖가지 깨잘을 만드시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부터 설을 설레이게 만들었습니다.


콩깨잘, 유과, 콩강정, 참깨강정, 들깨강정, 밥상 등등...


그리고 콩떡, 쑥떡, 가래떡, 수정과, 식혜(단밥)도 다 어머니께서 만드셨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동심은 마냥 들뜨고 설레이는 것이었습니다. 


설 전날 머슴이 일년 새경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면 설날 아침 쇠죽 끓이는 일은 저의 몫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차례상 준비로 새벽부터 정재에서 딸그닥딸그닥 소리를 내며 준비하시고 아버지는 마당과 대문 앞 길에 쌓인 눈을 대나무 빗자루로 쓸고 계셨습니다. 싸악 싸악 ...


동쪽 행랑 기와지붕 위로 보이는 교룡산성이 서서히 붉은 빛을 내며 밝아지면 저도 모르게 '새해의 노래'가 흥얼거려 졌습니다.


온 겨레 정성덩이 해 돼 오르니

올 설날 이 아침야 더 찬란하다

뉘라서 겨울 더러 춥다더냐

오는 봄만 맞으려 말고 내 손으로 만들자


깃발에 바람 세니 하늘 뜻이다

따르자 옳은 길로 물에나 불에

뉘라서 세월 더러 흐른다더냐

한이 없는 우리 할 일을 맘껏 펼쳐 보리라


차례를 지내고, 부모님께 세배를 올리고, 걸게 차린 아침을 먹고, 반짝반짝 빛나는 노란 단추의 새까만 옷을 입고 집안 어르신들께 세배하러 나서는 발걸음은 흥분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마을길에서 스치는 동네 어르신들은 모두 두루마기 옷차림에 밝은 미소로 설 인사에 반갑고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시곤 했습니다.

"과세나 편히 쇠셨습니까 ?"

"어이, 자네도 과세나 편히 쇠셨는가 ?"


학렬이 높아 아재인 저는 또래 조카들과 우루루 아버지같은 사촌형님들을 따라 교룡산성 밑에 있는 괴박골 산소로 십여리길 성묘를 다녀오고, 

오후엔 또래 조카들과 우리집 사랑방에서 '멍텅구리' 게임을 하며 놀았습니다.


전주에서 온 두 살 위 조카는 시조를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조카의 여동생들이 작은 할아버지가 되는 아버지에게 세배하러 오는 시간엔 저는 숨을 죽이고 그녀들을 지켜보곤 했습니다. 작은 여조카가 빼어나게 예뻤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 육십이 된 그녀는 저를 '당숙' 이 아니라 '삼촌' 이라고 정겹게 불러줍니다.


유년시절의 설은 이처럼 가슴 설레이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설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향이 아닌 서울에서 설을 쇠는 저희 가족은 내일 모두 창덕궁으로 설나들이를 갑니다. 21년째 가족행사입니다.


여러분, 즐거운 설 명절 되십시오 !

행복한 2020년 되십시오 !

​​​​​​​BandPhoto_2020_01_24_20_13_4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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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거 2020.01.25 21:18
    멋진추억 사진을 올려주시고 같이 공유할수 있어서 좋은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나는 흙백사진도 정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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